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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함께 걷는 계절의 길
해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황협주 씨 부부는 다시 길을 나선다. 여행이라 하기엔 낭만보다 수고가 따르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삶의 방식이다.
50년 넘게 벌을 키우며 살아온 이들은, 아카시아꽃이 만개할 무렵 고향 세종을 떠나 화성과 철원을 거친다. 관광 명소가 아닌, 꿀이 흐르는 꽃의 자리로 향하는 여정이다.
꽃이 피면 어김없이 떠나야 하는 것이 양봉인의 운명. 벌이 꿀을 모을 수 있는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200개가 넘는 벌통과 함께 계절을 따라 움직인다.
그 여정은 늘 고되지만, 황 씨는 벌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이 작은 것들이 우리 가족을 먹여 살렸지요." 꿀벌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이자 가족처럼 소중한 존재다.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서로의 삶을 지탱해온 부부는 이제 조금씩 그 시간을 즐기고자 한다.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일부로서의 양봉.
벌이 꽃을 찾아 날아가듯, 이들 부부도 오늘도 묵묵히 계절을 따라 이동한다. 조용하고 단단한 그들의 여정은, 자연과 사람, 노동과 시간이 어우러진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다.
